저는 약 3달 전 성인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왜냐하면 ADHD라는 질병이 꼭 심각한 정신병처럼 느껴졌거든요. 예전에 저는 ADHD를 생각하면 집중을 잘 못하고 교실을 돌아다니며 과한 행동을 하는 어린아이의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그게 나라고? 인정할 수 없었죠. 그래서 처음 와이프가 성인 ADHD 진단을 받아보라 권유했을 때 쉽게 동의하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빠른 진단이 더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 기록을 남겨봅니다. 저와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말고 빠르게 진단받고 나은 삶을 사세요.
우선 '성인 ADHD 증상' 자가진단 해보세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가까운 정신과를 찾아야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성인 ADHD 증상만 봐도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아래는 성인 ADHD를 자가진단 할 수 있는 증상입니다.
저는 이 중 4가지 증상에 해당 됐어요. 1, 4, 5, 6번이 심했습니다. 자가진단을 해보고 슬슬 제가 성인 ADHD가 맞는구나 하는 의심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1. 일을 마무리 짓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저는 어릴 때부터 글쓰고, 그림을 그리는 취미가 있었는데요. 항상 마무리를 잘 짓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리면 연필로 스케치하는 단계는 열심히했고, 친구들에게 칭찬도 받았지만 막상 물감을 이용해 색칠을 하면 그림을 망치는 일들이 생겼어요. 어릴때는 막연히 '나는 원래 색칠을 못 해.'라고 생각했고, 성인이 된 이후로는 '어차피 이게 내 직업도 아닌데 뭐.'라고 넘긴 적이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안한 것이 아니라, 못 한 거죠.
2. 반복적인 일을 할 때 집중하기 어렵다.
어떤 일이든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잘합니다. 그런데 꼭 반복되는 일은 건성건성하게 됩니다. 반복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온갖 공상이 지나갑니다. 가령 지폐를 세야 할 때, 양이 많으면 10개 단위로 끊어서 세어야 했습니다. 10장 세고 바닥에 놓고, 다시 10장 세고 이렇게요. 왜냐하면 돈을 세면서 자꾸 집중력이 떨어졌거든요. '5만 원짜리 100장이 이 정도 사이즈면 박스 안에는 얼마나 들어갈까? 그러고 보니 담뱃갑 안에 5만 원짜리로 3천만 원까지 들어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런 생각들을 하는 거죠. 지금은 꽤 호전되었지만, 제게 단순 반복되는 일은 여전히 고난도입니다.
3. 타인과의 대화에 집중하기 어렵다.
일단 타인과 대화하는 것이 매우 피곤했습니다. 편한 사람이 아니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고, 에너지가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친구가 별로 없었습니다. 어릴 때는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꼭 성향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가 길어지면 그 사람이 한 말을 머릿속에 문장으로 떠올리고 키보드로 따라치는 상상을 했습니다. 발가락을 막 꼼지락 거리면서요. 대화에 집중이 안되니 리액션도 제대로 안나왔겠죠.
4. 물건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저는 물건을 대체로 제자리에 두는 편이지만, 어릴 때는 항상 실내화주머니를 잃어버렸습니다. 학교에서 나눠 준 프린트와 가정통신문은 책상 서랍에 가득 쌓일 때까지 방치하는 편이었고요. 필통이나 필기도구는 아예 가지고 다니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잃어버릴 거니까요. 성인이 되어서는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찾아 헤매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제가 두리번거리고 집안을 돌아다니면 와이프가 묻지도 않고 제 번호로 전화를 걸어주곤 했죠. 근데 크게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했어요.
위 4가지 증상들이 제가 성인 ADHD임을 의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자가진단을 한 번 해보시고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검사를 고려해 보세요. 막연히 정신과가 무섭다고 피하지 마시고, 한 번 방문해 보시면 생각이 바뀔 겁니다. 저는 지금 성인 ADHD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고작 3개월 지났는데도 삶이 많이 달라졌어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성인 ADHD 진단과 검사 과정에 대해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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