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인 ADHD 진단을 받고 이제 4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콘서타라는 약을 먹고 있고요. 콘서타는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물질을 활성화하여 제 뇌가 집중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줍니다. 보통 사람들이 커피를 먹고 카페인의 힘으로 집중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에는 제가 ADHD 테스트를 통해 성인 ADHD 진단을 받게 된 과정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정신과 상담을 시작하다.
우선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합니다. 성인 ADHD의 경우 크게 2가지 정도를 물어봅니다.
1) 현재 생활하는데 불편한 부분이 있나요?
저는 우선 가족들과 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을 현재 생활의 문제로 뽑았습니다. 또한, 직장에서 자꾸 일을 미뤄두는 것, 좋아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의 집중도가 너무 다른 것들도 불편하다고 이야기했었죠.
2) 어린 시절에 집중을 못해서 불편했던 경험이 있나요?
저는 어린 시절에 준비물 준비를 매번 잊어버렸습니다. 보통 수업 시간에 집중을 거의 못했고, 교과서 모서리에 쓸데없는 낙서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공부를 못했던 것은 아니어서, 선생님들에게 지적받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선생님들께 지적을 받았으면 부모님께서도 제가 ADHD가 아닐지 의심해 보셨을 것 같아요.
2. ADHD 테스트를 하다.
CAT는 Comprehensive Attention Test의 줄임말로 번역하면 '종합 주의력 검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ADHD 테스트죠. 의사 선생님과 상담이 끝난 날짜를 잡고 다시 방문하여 CAT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컴퓨터와 테이블, 의자가 놓여있는 작은 방으로 안내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테스트를 진행하기에 편안한 환경이었던 것 같아요. 그 외 집중을 흩어놓을 만한 물건이 전혀 없었거든요. CAT 검사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단계는 6단계였어요.
1) 단순선택주의력(시각)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에 화면에 동그라미, 별, 마름모 모양이 비쳤다, 사라집니다. 이 중 특정 모양이 나오면 스페이스바를 누르는 식이었어요. 저는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잘한 것 같습니다.
2) 단순선택주의력(청각)
마찬가지로 10분간 특정 소리가 들리면 스페이스바를 누르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종소리나, 새소리, 약간 뾰로롱 하는 요정이 등장하는 효과음 같은 소리들이 나왔어요.
3) 억제지속주의력
10분 동안에 동그라미, 별, 마름모 모양이 나오고 그중 눌러서는 안 되는 모양이 제시되었습니다. 아주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정확하게 집중하지 않으면 눌러서는 안 되는 모양에 스페이스바를 누를 것 같았죠. 저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스페이스바를 잘 누른 것 같습니다.
4) 간섭선택주의력
네모난 상자가 3, 5개 정도 나오는데 가운데 상자만을 집중하여 비어있는 한 먼쪽 화살표를 키보드에서 누르는 테스트였습니다. 가운데 상자만 보면 되니까 전혀 어렵지 않았는데 집중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주변 상자에 시선이 팔려서 잘못누르기도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5) 분할주의력
이건 좀 어려웠습니다. 그림과 소리가 동시에 나오는데 소리가 반복되거나 모양이 반복되면 누르는 거였죠. 그런데 소리가 반복되지만 모양이 바뀌거나, 모양은 그대로지만 소리가 바뀌는 경우가 너무 헷갈렸습니다. 약간 정신 나간 상태로 막 스페이스바를 누른 것 같아요. 앞에 했던 테스트들은 전부 '너무 쉬운 것 아니야?'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게 했었는데 분할주의력 검사에서 약간 멘붕이 왔습니다.
6) 작업기억력
네모난 상자 모양이 화면에 제시되는데 점차 많아집니다. 나오는 순서대로 눌러주면 되는데 나중에는 10개까지 나와서 조금 헷갈렸어요. 나오는 위치가 랜덤이고 왼쪽 오른쪽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위아래 높이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점점 어렵습니다. 7개까지는 잘했는데, 그 이후로는 어렵더라고요.
3. 결과를 듣기 위해 재방문하다.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하신가요? 우선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생각보다 CAT 검사 결과가 좋다고 했습니다. 집중력 자체가 무너진 상태는 아니라고요. 그런데 복합집중력이 일반인보다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거예요. 가령 SNS를 보내면서 TV를 보거나 하는 간단한 일이요.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이런 경우에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매우 불편해진다고 했어요. 대화는 복합적인 상황 판단이 필요해서 목소리 톤, 성량, 표정, 뉘앙스,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거죠. ADHD들은 한 가지도 집중하기 어려운데 여러 갈래의 정보를 모아서 판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겠죠.
정신과 상담 1회 차를 지나, CAT 검사를 받고(2회) 차, 마지막으로 (3회 차)에 진단을 결과 설명을 듣는 절차로 진행되었고요. 아마 성인 ADHD 테스트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진단을 받을 것입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더 검사를 포함한다면 MMPI를 할 수 있어요. 저는 대학원 공부를 시작할 때 MMPI 검사를 미리 받아서 선생님께 바로 제출했는데요. MMPI 기록이 없으신 분들은 새로 검사하라고 요청할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저는 성인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에 약간의 충격이 있었지만, 마음이 편해졌어요. 저는 스스로를 게으르고 못난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게 정신질환이었다는 거잖아요. 의지가 부족하고, 노력을 안 하고 가 아니라. 그래서 열심히 치료해 보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저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면 ADHD 테스트를 해보세요.
'ADH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용한 ADHD의 정의와 사례 (0) | 2023.06.05 |
---|---|
ADHD는 부계 유전? 모계 유전? 원인이 뭘까. (0) | 2023.06.03 |
성인 ADHD 자가진단 하지 말고 가족들에게 물어보세요. (0) | 2023.06.01 |
콘서타 부작용 ADHD 약 복용 후기, 이걸 먹어 말아?(+TIP) (0) | 2023.05.31 |
내가 성인 ADHD? 의심된다면 확인해보세요. (0) | 2023.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