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ADHD의 정의와 사례

조용한 ADHD의 정의와 사례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지 어언 4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오늘은 어머니와 제가 ADHD 진단을 받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어머니는 제가 ADHD라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어릴 때 별 다른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제가 조용한 ADHD와 고지능 ADHD에 해당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보통 ADHD를 떠올리면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과 더불어 과도한 행동을 하는 장면이 상상되는데요. 모든 ADHD가 과잉행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소개하는 포스팅으로 혹시 본인이나 자녀가 해당하지 않는지 체크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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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용한 ADHD의 정의

 ADHD라고 모두 증상이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증상은 사람마다 매우 다르거든요. 일반적인 ADHD의 정의는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즉,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과잉행동 장애입니다. 하지만 어떤 ADHD는 주의력 결핍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ADHD-PI라고 합니다.

 ADHD-PI의 특징은 내적인 산만함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의 흥미로운 일에는 집중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산만하고 곧 다른 생각이나 행동으로 나타나죠.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이 있는 ADHD의 경우는 외적인 산만함이 많아 자리를 벗어나거나 몸을 흔들기 시작하고, 전혀 다른 주제의 말을 꺼내죠. 하지만 ADHD-PI는 머릿속으로 딴생각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보통 아래와 같은 사례들이 발생합니다.

2. 조용한 ADHD의 사례

 1) 해야할 일들을 잊어버린다.

  학교에서 내 준 숙제나 준비물을 까먹는 일이 많습니다. 저 또한 항상 그랬는데 부모님께서는 담임선생님께 제가 그런 학생이라는 연락을 못 받으셨다고 해요. 아마 어머니께서 당시 학부모회장을 하셨는데 그래서 선생님들께서 눈치를 좀 보셨던 것 같아요. 댁의 아드님이 엉망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우니까요. 자녀가 조용하지만 집중을 잘 못한다면 학교에 연락을 한 번 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책상 정리가 잘 되는지, 사물함은 어떤지, 숙제나 과제를 잘 해오는지 등 확인 전화를 하는거죠.

 2)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제가 잃어버린 물건은 끝도 없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은 필통과 필기도구를 전혀 가지고 다니지 않았고, 실내화 주머니는 분기별로 바뀌었습니다. 오전에 비가 오다가 오후에는 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우산을 챙길 생각조차도 못하죠. 땅바닥이 젖어있는 걸 뻔히 보는데도 말이에요. 성인이 되어서는 스마트폰이나 USB를 자주 잃어버렸습니다.

3) 대화 중 딴 생각을 많이 한다.

 아주 일상적으로 딴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수업 중에 조금만 관심 없는 내용이 나오면 전혀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제 교사서와 연습장은 온갖 그림으로 가득 차 있었죠. 친구들이나 부모님과 대화할 때도 종종 딴생각을 하느라 어떤 대화를 하던 중이었는지 잊었습니다. 그래서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줘.'와 같은 말을 계속하게 됐었죠. 대화하는 상대방들은 매우 답답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이 잔소리를 하면 벽지의 무늬 모양이 어떤 동물을 닮았는지 상상하면서 머릿속으로 소설 한 편이 써졌습니다.

 4) 사회성이 떨어진다.

 보통 ADHD들은 과잉행동으로 인해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그 적극성으로 인해 친구 사이에서 인기가 높기도 합니다. 하지만 ADHD-PI들은 자기표현 능력이 매우 떨어지고 수동적인 특징을 지닙니다. 그래서 사회적 상호작용이 매우 어렵죠. 저도 친구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관심 분야가 아니면 대화하는 것이 어려웠고, 무엇보다 귀찮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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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사례들을 읽고 '내 어렸을 때랑 똑같은데?' 혹은 '비슷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성인 ADHD를 의심해 볼 수 있겠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린 자녀가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면 즉시 병원에 가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내 자녀는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없으니 ADHD가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ADHD의 증상 중 주의력결핍만 있어도 충분히 ADHD로 진단될 수 있거든요. 저희 부모님처럼 '아이가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에 게으르거나 공상이 많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계셨을 수도 있겠죠. 이번 글을 읽고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진단 후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