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이 너무 바빠 병원 방문 시기를 놓쳤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콘서타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고, 의사와 상담을 하는데 직장 일 때문에 도저히 갈 시간이 되지 않았다.
억지로 일주일 정도 단약을 하게 되어 혹시 중간에 단약 하게 되면 어떤 증상이 생기는지 글을 남긴다.
콘서타 단약 증상
1. 건망증
약을 못 먹은 채로 하루, 이틀이 지났을 때는 생각보다 ADHD 증상을 체감하지 못했다.
그냥 평소와 비슷했고, 속으로 '나 혹시 완치된 거 아니야?'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문제는 단약 삼일째 생겼다. 아침 출근길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집까지 두 번을 왕복했다.
한 번은 휴대폰을 안 가져와서, 다른 한 번은 운동화 대신 슬리퍼를 신고 나와서.
갑자기 약 먹기 전 생활들이 머릿속을 막 스쳤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집에서 휴대폰 찾아 삼만리 했던...
일주일쯤 지나자 선크림도 안 바르고 직장에 거의 도착해서야 인지하는 등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2. 공상
출근길에 머릿속으로 온갖 공상들이 떠돌아다녔다.
갑자기 저 건물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부자일까 → 부자들은 이렇게 출근길이 막히면 얼마나 불편할까 → 정말 부자들은 헬기를 이용하겠지? → 출근용 비행차가 활성화되려면 얼마나 걸릴까 → 내 나이 80세 정도면 로봇과 가상현실이 생기겠지 → 가상현실로 출근을 하면 좋겠는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상들이 머리 안에 가득 찼다.
그러다 보니 빠른 길 내비게이션을 보는 걸 잊거나, 틀어놓은 팟캐스트 내용이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3. 업무 실수
단약 일주일쯤 되자 평소에 반복적으로 하던 일인데도 갑자기 순서가 뒤죽박죽으로 엉켰다.
해당 업무 관련 상급자를 만나서 두 가지 부탁을 해야 하는데, 한 가지만 말하고 다른 하나를 잊었다.
그래서 다시 찾아가 두 번 만나게 되었다.
상급자가 워낙 바쁜 사람이라 '아까 얘기하지 그랬어.' 하며 핀잔 아닌 핀잔을 들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어서 조퇴하고 약을 받으러 갔다.
4. 초조함과 불안감
약을 못 먹은 지 일주일 정도 지나고 ADHD 증상이 다시 시작되자 불안감이 들었다.
앞으로 평생 이 약을 먹어야 되는구나, 그리고 약을 안 먹으면 나는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는 못하겠네.
두 가지 생각이 들면서 초조하고 불안했다.
예전에 어느 강의에서 정신과 약들은 몸의 항상성을 해쳐, 나중에 약을 안 먹으면 처음보다 훨씬 증상이 심해진다고 들었던 기억도 났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께 문의했다.
Q: 혹시 저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할까요?
A: 약을 먹으면서 증상이 완화되면 서서히 약 용량을 줄여 최종적으로 단약 할 수 있다. 하지만 완치 개념은 없다.
Q: 그럼 약을 끊을 수 없겠네요?
A: 약을 먹으면 전두엽이 활성화되고 활성화 기간이 길어지면 약이 없어도 어느 정도 증상이 극복될 수 있다.
한마디로 약을 꾸준히 잘 먹으면 후에 단약 하더라도 어느 정도 증상 극복이 가능은 하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단약 했다고는 하지만 예전 생활로 돌아가니 정말 끔찍했다.
요즘에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약을 처방받기에 대리로 처방을 받아오도록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약이 떨어지기 전에 제 때 제 때 본인이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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