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로 진단을 받았지만, 실은 어릴 때부터 조용한 ADHD였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항상 책상 서랍은 가정통신문과 교과서, 각종 노트와 파일철로 난리였고요.
사물함도 구겨진 프린트들로 가득 차 선생님들에게 꾸중을 듣기 일수였습니다.
실내화 주머니를 학교에 두고 오거나, 집에 두고 와 지각을 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저는 참 이상한 아이였는데, 단지 공부를 잘했다는 이유로 면죄부가 되었던 걸까요?
제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정신과는 소위 미친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인식되었고, ADHD라는 용어는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았다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전 포스팅에서 소개한 바도 있는데, 정확히 어떤 기전인지는 알 수 없지만 ADHD는 부계 유전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2023.06.03 - [ADHD] - ADHD는 부계 유전? 모계 유전? 원인이 뭘까.
ADHD는 부계 유전? 모계 유전? 원인이 뭘까.
제가 ADHD로 진단받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이 병에 왜 걸리게 되었을까?'입니다. 보통 사람들의 경우 치료가 가능한 병인지에 대해서 찾아보는데 제가 좀 특이한 경우 기는 하죠. 그런
1.s2chool.com
따라서 제 아이는 ADHD 유전자를 갖고 태어날 확률이 약 50% 이상되고요.
지금은 만으로 3살을 넘겼는데, 종종 과잉 행동이나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유전자 때문인가 싶어 가슴이 철렁합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의 결심을 몇 가지 했고, 포스팅으로 작성해 보겠습니다.
ADHD 아빠로 살아가기
1. 약을 잘 챙겨 먹기
아이들도 생각보다 스케줄이 많습니다. 제 아이는 어린이집뿐 아니라 미술과 몬테소리 교육도 다니고 있는데요.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약을 절대적으로 잘 챙겨 먹어야 합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종종 준비물을 요청합니다. 가령 비상대피 훈련이 있는 날은 여분의 양말을 챙겨달라고 하기도 하고,
오감놀이 등 옷이 지저분해질 수 있는 활동을 할 때는 미술복을 가방에 넣어달라고 하기도 하죠.
약을 깜빡하고 놓치면 이러한 준비를 깜빡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예전에 어린이집에 가방을 안 들려 보낸 적도 있었어요.
그러니 반드시 약을 잘 챙겨 먹어야 합니다. 이건 제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합니다.
2. 아이를 잘 관찰하기
아이도 ADHD인지 알기 위해서는 최소한 5살 무렵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아빠가 ADHD여도 아들이냐 딸이냐에 따라 유전 확률이 조금 다르긴 합니다.(일반적으로 아들이 더 유전 확률이 높다고 함.)
그래도 아이가 ADHD로 고통받지는 않는지 세심하게 살펴야겠죠.
ADHD는 약을 먹는 순간 꽤 직관적으로 호전되는 병입니다. 도파민과 예피네프린이 중추신경계를 타고 뇌에 퍼지며 효과가 즉시 나타나죠.
따라서 아이를 잘 관찰하고 있다가 ADHD와 관련된 몇 가지 증상이 보이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ADHD 환자기 때문에 ADHD 증상이 어떤 지 이해하고 있지만, 혹시 정확히 모르겠다고 생각하시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3. 집중도가 좋은 놀이나 행동에 칭찬하기
ADHD는 유전인자가 50% 나머지는 환경적인 부분이 차지합니다.
ADHD 특징 상 주의력이 결핍되어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데 몰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어떤 놀이를 하다가도 금방 질려버려요.
그래서 아이가 꾸준히 집중력 있게 하는 놀이나, 행동에는 반드시 칭찬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잘한다라고 하면 안 되고, 과정이나 꾸준함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끝까지 그림을 완성하였구나! 여기는 왜 빨간색으로 칠했어? 와 같이 완결된 놀이에 대한 칭찬+해당 활동에서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 질문까지 곁들이면 완벽합니다.
4. 한 가지 장난감으로 여러 놀이를 하기
ADHD를 가진 아빠라면 아이와 기질 상 유사하기 때문에, 같은 놀이를 하면 재미가 없어 금방 질리고 맙니다.
'그러면 이제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까? 이제 다른 놀이하자!'는 말은 아이의 집중력을 흩트려 놓을 수 있습니다.
꾹 참고 아이가 한 가지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면 끝까지 함께하려고 노력해 보세요.
한 가지 장난감으로 여러 놀이를 할 줄 아는 아이는 창의적이고 천재적인 발상을 하는 아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반길 일이죠.
이상으로 ADHD 아빠로 살아가는 제 기록을 마칩니다.
이건 제가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다짐도 포함된 포스팅임을 밝힙니다.
아이가 건강하고, 자존감 높고, 유쾌하게 컸으면 좋겠습니다.
'ADHD' 카테고리의 다른 글
ADHD 증후군, 일단 자가진단부터 해보세요. (0) | 2024.06.22 |
---|---|
ADHD 치료병원을 선택할 때 유의할 점 3가지 (0) | 2024.06.17 |
콘서타 단약, 의도치 않게 ADHD 약 끊었더니 3일 만에... (0) | 2024.06.14 |
콘서타 27, 18과 차이점은? (0) | 2024.06.12 |
ADHD가 부계유전? (0) | 2024.06.11 |